Last-updated: 2025-05-28 20:35
By KIM KI HONG, Editor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불멍’이나 ‘물멍’을 찾는다.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거나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잠잠해지고 생각이 줄어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눈앞의 자극에 주의가 자연스레 머물며,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잦아드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은 확실히 이완과 휴식을 가져오고 심리적인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태는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이완 상태일 뿐, 명상 그 자체는 아니다.
왜냐하면 불멍이나 물멍을 할 때 우리는 주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시각적 자극에 ‘끌려간’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용히 바라보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되고, 그 생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다만 이때의 생각은 비교적 이완된 상태에서 떠오르는 생각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흥분되거나 격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잠시 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어디까지나 의식적인 선택이 배제된 수동적인 흐름일 뿐이다.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대목이다. 편안함을 느낄 수는 있어도, 그것은 명상의 본질과는 다른 상태이다.
명상의 핵심은 단순한 이완이 아니다. “의도”가 담긴 선택과 그 선택을 지켜가는 훈련이다. 예를 들어 숨 명상을 해보자. 우리는 어떤 자극이나 감각에 휘둘리지 않고, 의식적으로 ‘숨’을 선택한다. 들숨과 날숨이라는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우리는 주의를 의도적으로 거기에 놓는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숨으로 돌아오는 것, 이것이 바로 명상의 흐름이다.
명상은 무의식적인 반응이 아니다. 다양한 자극 속에서 오직 내가 선택한 대상을 기준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다. 그리고 주의가 그 대상을 벗어났을 때는 다시 돌아오는 훈련을 거듭한다. 이는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 의식의 힘을 강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불멍이나 물멍은 외부 자극에 자연스럽게 주의가 끌리는 수동적 상태이고,
숨 명상은 내가 주의의 대상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유지하고, 벗어나면 다시 대상으로 돌아오는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훈련이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힘을 기르고, 생각을 멈춤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유지하는 훈련이다.
결국, 진짜 명상의 시작은 ‘의도’로부터 출발한다. 대상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상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 그것이 명상의 본질이다.